주가가 회사 순자산보다 싼 종목, 즉 PBR 1배 미만은 한국 증시에서 예외가 아니라 다수입니다. 집계 가능한 2,616종목 중 1,465종목(56.0%)이 여기 해당합니다. 다만 이 숫자를 전체로만 보면 오해합니다. 업종을 나누면 37%에서 82%까지 갈립니다.
아래는 표본 12종목 이상인 업종을 전수 집계한 결과입니다.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에 공개돼 있습니다.
1. 업종별 PBR 1배 미만 비율
| 업종 | 1배 미만 비율 | PBR 중앙값 | ROE 중앙값 | 표본 |
|---|---|---|---|---|
| 자동차·부품 | 81.8% | 0.48배 | 5.0% | 110 |
| 리츠·인프라 | 79.2% | 0.78배 | 1.0% | 24 |
| 화학·정유·철강·소재 | 74.8% | 0.53배 | 2.0% | 309 |
| 건설·건자재 | 73.1% | 0.53배 | 4.0% | 108 |
| 유통·소비재·음식료 | 73.1% | 0.58배 | 3.0% | 368 |
| 통신·유틸리티 | 72.0% | 0.53배 | 7.0% | 25 |
| 지주회사 | 70.0% | 0.52배 | 5.0% | 100 |
| 금융 | 69.3% | 0.70배 | 7.0% | 75 |
ROE 중앙값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입니다. 표본 12종목 미만 업종은 중앙값이 흔들려 싣지 않았습니다.
2. 같은 '1배 미만'이라도 뜻이 다르다
표에서 ROE 중앙값을 함께 보면 성격이 갈립니다. PBR은 주가 ÷ 주당순자산이고, ROE는 순이익 ÷ 자기자본입니다. 이 둘은 따로 노는 숫자가 아닙니다. 자기자본으로 이익을 잘 내는 회사(ROE가 높은 회사)에 시장이 장부가 이하를 매기는 일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 이익은 나는데 장부가 이하 — 통신·유틸리티(ROE 7.0%·PBR 0.53배)나 금융(ROE 7.0%·PBR 0.70배)이 여기 가깝습니다. 규제 산업이라 이익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시장의 판단이 배수에 반영된 형태입니다. 자산이 부실해서라기보다 성장 기대가 낮아서입니다.
- 이익이 얇아서 장부가 이하 — 화학·정유·철강·소재(ROE 2.0%)나 리츠·인프라(ROE 1.0%)가 여기 가깝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벌이가 적으면 자산이 장부에 얼마로 적혀 있든 시장이 그 값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 사이클 바닥에서 장부가 이하 — 자동차·부품(81.8%)이 대표적입니다. ROE 5.0%로 낮지 않은데도 1배 미만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완성차 대형주와 납품 부품사가 한 업종에 섞여 있어 분포가 넓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PBR 1배 미만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같은 0.5배라도 이익을 꾸준히 내는 회사와 적자를 반복하는 회사는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저 PBR을 어떻게 걸러 읽어야 하는지는 PBR 1배 미만이 항상 싼 것은 아닌 이유에서 더 다룹니다.
3. 0.5배가 무슨 뜻인지 숫자로 풀면
자기자본이 1조원인 회사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면 PBR은 0.5배입니다. 여기에 ROE만 바꿔 넣어 보면 같은 0.5배가 전혀 다른 상태로 갈라집니다.
- ROE 10%라면 이 회사는 한 해 1,000억원을 법니다. 시가총액 5,000억원 기준으로 PER 5배입니다. 장부가로도 싸고 이익으로도 싼 구간입니다.
- ROE 2%라면 한 해 벌이가 200억원입니다. 같은 시가총액에서 PER은 25배가 됩니다. 자산 대비로는 반값인데 이익 대비로는 비싼 값입니다. 두 지표가 정반대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 ROE가 마이너스라면 자기자본이 해마다 줄어듭니다. PBR의 분모가 줄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배수는 올라가므로, 오늘의 0.5배는 내년의 0.5배가 아닙니다.
PBR과 ROE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각 지표의 정의는 ROE 기초와 용어 사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4. 두 지표를 교차로 세어 보면
PBR과 ROE가 모두 산출되는 2,617종목을 2026-08-19 종가 기준으로 다시 교차 집계했습니다. 앞의 업종 표(2026-08-06 집계)와는 기준일이 다릅니다.
- PBR 1배 미만 1,487종목 가운데 ROE가 마이너스인 곳이 501종목(33.7%)입니다. 장부가 이하 종목 셋 중 하나는 지금 순손실 상태라는 뜻입니다.
- 같은 집단에서 ROE 10% 이상은 228종목(15.3%)입니다. PBR 0.5배 미만이면서 ROE 10% 이상인 조합은 83종목으로 전체의 3%대에 그칩니다.
- 반대쪽도 있습니다. PBR 2배 이상인데 ROE가 마이너스인 종목이 281곳입니다. 자산 대비로 비싸면서 이익도 나지 않는 상태로, 앞으로의 수익력에 값이 매겨진 경우입니다.
- 전체 PBR 분포는 하위 10% 0.31배, 1사분위 0.46배, 중앙값 0.85배, 3사분위 1.72배, 상위 10% 4.20배입니다(N=2,630). 중앙값이 1배를 밑돈다는 점이 한국 증시의 기본 배경입니다.
시장별로도 갈립니다. 코스피는 PBR 중앙값 0.59배에 1배 미만 비율 70.3%(N=828), 코스닥은 중앙값 0.99배에 50.3%(N=1,802)입니다. 앞의 업종별 차이에는 업종마다 코스피·코스닥 구성 비중이 다르다는 사실도 섞여 있습니다. 자동차·부품이나 화학처럼 코스피 상장사가 많은 업종은 그 자체로 1배 미만 비율이 높게 나옵니다. 시장 간 차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따로 다룹니다.
5. 개별 종목으로 보면 더 분명하다
아래는 분포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의견이 아닙니다. 모두 2026-08-19 종가와 최신 확정 재무제표 기준입니다.
| 사례 | PBR | ROE | 같이 봐야 할 점 |
|---|---|---|---|
| 기아 | 0.84배 | 11.3% | 이익은 나는데 장부가 이하 |
| KT | 0.73배 | 8.5% | 규제 산업의 낮은 성장 기대 |
| 현대차 | 0.71배 | 7.2% | 부채비율 210%(캡티브 금융 포함) |
| 이마트 | 0.17배 | 1.1% | 자산은 많고 벌이는 얇은 형태 |
| 롯데쇼핑 | 0.18배 | 1.2% | 부동산 장부가 비중이 큰 구조 |
위 다섯 곳은 모두 PBR 1배 미만이라는 같은 칸에 들어가지만, ROE는 1.1%에서 11.3%까지 열 배 넘게 벌어져 있습니다. 업종 표의 평균에 개별 종목을 대입하면 이 차이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유통업처럼 점포 부동산이 장부에 크게 잡히는 업종은 PBR이 구조적으로 낮게 나오고, 같은 이유로 낮은 PBR 자체가 업종의 특징일 뿐 상태 변화의 신호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6. PBR이 잘 듣지 않는 경우
장부가는 취득 시점의 회계 기록입니다. 그래서 다음 경우에는 PBR 자체가 실제와 벌어집니다.
- 오래 보유한 토지 — 수십 년 전 취득가로 남아 있는 부동산은 장부가가 시세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때 PBR은 실제보다 높게 계산되어, 자산이 많은 회사가 오히려 비싸 보입니다.
- 인수로 생긴 영업권 — 반대 방향입니다. 비싸게 인수한 몫이 장부에 얹혀 있다가 실적이 나빠지면 손상차손으로 한 번에 사라지고, 그만큼 자기자본도 줄어듭니다.
- 개발비 자산화 — 연구개발 지출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올려 둔 경우입니다. 과제가 중단되면 역시 한꺼번에 상각됩니다. 바이오·제약에서 자주 나오는 형태입니다.
- 자본잠식 근처 — 자기자본이 0에 가까우면 PBR은 크게 튀거나 아예 계산되지 않습니다. 위 집계에서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종목이 빠지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정리하면 PBR은 자산의 값을 묻는 지표가 아니라 자산이 만들어 내는 이익의 값을 묻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희 화면에서는 PBR을 단독으로 두지 않고 ROE·부채비율·유동비율과 같은 칸에 놓습니다.
7. 반대편 — 장부가 이하가 덜한 업종
1배 미만 비율이 가장 낮은 축은 바이오·제약(36.5%, PBR 중앙값 1.38배)과 반도체·IT부품(43.8%, 중앙값 1.17배)입니다. 두 업종 모두 지금 장부에 적힌 자산보다 앞으로의 수익력으로 값이 매겨지는 쪽입니다. 바이오는 아직 매출이 없는 파이프라인에 값이 붙고, 반도체는 이익 변동이 커서 불황기 장부가에 시장이 미리 값을 매기지 않습니다. 인터넷·플랫폼·SW(46.0%)도 같은 성격이라 장부가 기준으로는 비싸 보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종목마다 업종에 맞는 지표를 먼저 보여 줍니다. 은행에 PER을 들이대거나 바이오에 PBR을 들이대면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업종마다 봐야 할 지표가 다른 이유를 참고하세요.
8. 이 집계를 읽는 법
- PBR은 당일 종가와 최신 확정 재무제표로 계산합니다. 분기가 지나면 값이 바뀝니다.
- 업종 분류는 공식 산업분류가 아니라 공시된 사업 내용 기준입니다. 분류상 도매업이지만 실질이 지주회사인 경우 등은 실질로 보정했습니다.
-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자본잠식)인 종목은 PBR이 성립하지 않아 집계에서 빠집니다.
- 여기 있는 어떤 숫자도 어느 업종이 유리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포를 보여 줄 뿐입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출처
이 글의 수치는 금융위원회 주식시세정보·OpenDART·한국거래소 공개 데이터를 자체 전수 집계한 것입니다(계산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