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앱을 열면 모든 종목에 PER이 똑같이 표시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PER 낮은 게 싼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업종이 다르면 봐야 할 숫자도 다릅니다.
먼저, 격차가 얼마나 큰지
저희가 전 종목을 업종별로 묶어 PER 중앙값을 계산한 결과입니다.
| 업종 | PER 중앙값 | PBR 중앙값 |
|---|---|---|
| 건설 | 5.6배 | 0.40배 |
| 자동차부품 | 5.7배 | 0.43배 |
| 증권 | 8.0배 | 0.45배 |
| 인터넷·플랫폼 | 15.0배 | 1.00배 |
| 반도체 | 21.8배 | 1.55배 |
건설과 반도체의 중앙값은 약 4배 차이입니다. PER 12배인 종목이 있다면, 건설사일 땐 업종 평균의 2배가 넘고 반도체일 땐 평균의 절반 근처입니다. 절대값이 아니라 “같은 업종 안에서 어디쯤인가”가 정보입니다.
업종별로 먼저 볼 지표
- 은행·보험 → PBR
은행의 본업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핵심은 자산의 질입니다. 부실이 생기면 자본이 깎입니다. 그래서 이익보다 자기자본 대비 주가(PBR)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먼저 봅니다. 또 은행은 EV(기업가치) 개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 예금과 대출이 사업 그 자체라 ‘부채’를 빼서 계산하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금융업에 EV 지표를 아예 표시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 반도체 등 사이클 산업 → 예측 PER
이익이 몇 배씩 오르내리기 때문에 작년 이익 기준 PER은 현실과 어긋납니다. 예측 PER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 지주회사 → NAV(순자산가치)
지주회사의 가치는 보유한 자회사 지분에서 나옵니다. 연결 재무제표의 이익은 지분법 손익 때문에 들쭉날쭉하고, 장부상 자본도 자회사 지분을 취득 당시 가격으로 낮게 잡고 있어 PBR이 실제보다 높게 보입니다. 그래서 보유 지분을 지금 시세로 환산해 합산하는 NAV·SOTP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지주 업종 PBR 중앙값은 0.51배로, 표면적으로는 매우 싸 보입니다. - 이익 전 단계 성장기업(바이오 등) → 매출·현금
적자면 PER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PSR(주가매출비율)이나 보유 현금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는지를 봅니다. - 부채가 큰 장치산업 → EV/EBITDA
빚이 많은 회사는 시가총액만 보면 몸값이 작아 보입니다. EV 지표로 빚까지 포함해 비교해야 공평합니다.
중앙값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2026-08 전수 재집계
위 표는 특정 시점의 집계입니다. 같은 계산을 2026-08에 다시 돌리면 값이 이만큼 움직입니다.
| 업종 | PER 중앙값 | 이전 집계 |
|---|---|---|
| 자동차부품 | 6.5배 | 5.7배 |
| 전력·가스 | 6.9배 | — |
| 의복 | 7.1배 | — |
| 건설 | 7.8배 | 5.6배 |
| 지주 | 8.7배 | — |
| 인터넷·플랫폼 | 15.9배 | 15.0배 |
| 반도체 | 27.9배 | 21.8배 |
| 로봇 | 44.7배 | — |
| 연구개발 | 54.3배 | — |
| 증권·금융지원 | 61.2배 | — |
건설이 5.6배에서 7.8배로, 반도체가 21.8배에서 27.9배로 올라왔습니다. 주가가 움직여서만이 아니라 분모인 이익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업종 중앙값은 외워 두는 상수가 아니라 지금 시점의 기준선이며, 종목을 볼 때마다 최신 값과 비교해야 합니다. 최신 분포는 시장 스냅샷에서 매 거래일 갱신됩니다.
연구개발 54.3배, 증권·금융지원 61.2배처럼 중앙값이 극단적으로 높은 업종은 “비싸다”가 아니라 이익이 작아서 분모가 눌린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적자 종목은 PER 계산에서 아예 빠지기 때문에, 적자가 많은 업종일수록 남은 흑자 종목만으로 계산된 중앙값이 위로 튑니다. 표본이 어떻게 걸러졌는지를 모르고 중앙값만 인용하면 이 함정에 걸립니다.
은행에서 PBR·ROE를 먼저 보는 이유 — 숫자로
말로만 하면 잘 와닿지 않으니 실제 값을 보겠습니다. 2026-08-19 기준 4대 은행지주입니다.
| 종목 | PBR | ROE | 실적 PER |
|---|---|---|---|
| KB금융 | 0.99배 | 10.2% | 10.12배 |
| 신한지주 | 0.83배 | 8.6% | 10.02배 |
| 하나금융지주 | 0.77배 | 9.0% | 8.74배 |
| 우리금융지주 | 0.64배 | 8.2% | 7.87배 |
PER은 7.87~10.12배로 좁게 몰려 있는 반면, PBR은 0.64~0.99배로 벌어져 있고 그 순서가 ROE 순서와 거의 그대로 겹칩니다. 은행에서 시장이 실제로 값을 매기는 축이 ‘이익의 배수’가 아니라 ‘자본이 얼마나 잘 굴러가는가’라는 뜻입니다. PER만 훑으면 네 회사가 비슷해 보이지만, PBR·ROE를 붙이면 시장이 서로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은행·보험·증권으로 분류된 종목에 EV 계열 지표를 만들지 않습니다. 2026-08-19 기준 해당 126종목 전부에서 순부채·EV·EV/EBITDA 칸이 비어 있습니다. 빈칸이 아니라 ‘성립하지 않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며, 그 이유도 페이지에 적어 둡니다. EV가 성립하는 업종에서의 쓰임새는 EV/EBITDA는 PER과 뭐가 다른가에 있습니다.
사이클 산업 — 같은 회사, 다른 두 개의 PER
2026-08-19 기준 삼성전자의 실적 PER은 32.69배, 예측 PER은 6.8배입니다. SK하이닉스는 24.91배와 8.6배입니다. 주가는 하나인데 어떤 이익을 분모에 놓느냐에 따라 네 배 넘게 벌어집니다.
이 격차는 오류가 아니라 사이클 산업의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의 최근 12개월 순이익은 83.26조원인데 2025 회계연도 확정 순이익은 44.26조원이었습니다. 확정 실적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국면에서는 실적 PER이 회사의 현재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반도체 종목을 업종 중앙값 27.9배와 비교할 때 실적 PER을 쓸지 예측 PER을 쓸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추정 절차와 한계는 예측 PER 완전 가이드에 있습니다.
PER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종목도 많다
2026-08-19 기준 저희가 다루는 2,601종목 중 실적 PER 값이 있는 종목은 1,605종목입니다. 나머지 약 38%는 적자이거나 이익이 0에 가까워 PER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PER 낮은 종목 걸러 보기”라는 접근이 처음부터 3분의 1 이상을 화면 밖에 두고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차전지 셀 업종입니다. 삼성SDI는 최근 12개월 영업이익률이 −13.0%여서 PER 칸이 비어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순이익 기준으로는 PER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PSR(주가매출비율)이나 EV/Sales, 그리고 보유 현금으로 몇 분기를 버틸 수 있는지가 더 많은 정보를 담습니다. 각각 삼성SDI 2.98배, LG에너지솔루션 3.52배의 PSR이 계산됩니다.
PSR은 매출만 보기 때문에 적자를 감춰 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적자 기업에 PSR을 쓸 때는 반드시 마진이 개선되는 방향인지, 현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자세한 조건은 PSR은 언제 쓰는가에 정리돼 있습니다.
장치산업 — 감가상각비가 만드는 착시
설비가 무거운 업종에서는 PER과 EV 계열 지표가 크게 어긋납니다. 2026-08-19 기준 SK텔레콤의 실적 PER은 51.54배인데 EV/EBITDA는 5.63배입니다. POSCO홀딩스는 PER 38.56배에 EV/EBITDA 5.67배입니다.
회계상 이익은 감가상각비를 빼고 계산하는데, 그 돈은 올해 실제로 나가는 현금이 아닙니다. 통신망이나 고로처럼 한 번에 크게 투자하고 오래 쓰는 자산이 많을수록 이 항목이 커지고, 그만큼 PER이 부풀려 보입니다. 반대로 감가상각비를 되돌린 EBITDA는 설비를 언젠가 다시 사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접어 두는 값이라, 설비 교체 주기가 짧은 업종에서는 여유 현금을 과장합니다. 어느 쪽도 혼자서는 답이 아닙니다.
이 접근이 잘 안 통하는 국면
- 업종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눌릴 때 — 업황이 바닥이면 그 업종의 모든 종목이 싸 보입니다. 업종 안 상대 위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업종 평균보다 싸다”가 곧 안전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 사업이 두 개 이상 섞여 있을 때 — 매출의 절반은 제조, 절반은 유통인 회사에는 어떤 업종 기준을 대도 절반만 맞습니다. 이럴 때는 사업부문별 매출·이익 공시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 표본이 너무 작을 때 — 12종목 안팎 업종의 중앙값은 한두 종목 실적에 크게 흔들립니다. 저희가 업종 통계를 낼 때 표본 12종목 미만 업종을 아예 빼는 이유입니다.
- 회사가 업종을 갈아타는 중일 때 — 주력 사업을 바꾸는 과정에서는 과거 실적이 과거 업종의 것이라, 새 업종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르고 옛 업종 기준으로 보면 이미 늦습니다.
저희는 상장 종목을 약 123개 세부 업종으로 나누고, 업종마다 가장 먼저 볼 지표 하나를 미리 정해 두었습니다. 각 종목 페이지 맨 위의 ‘핵심 밸류에이션 지표’ 카드가 그 결과이며, 왜 그 지표를 우선하는지도 함께 적습니다.
공식 분류가 실제 사업과 다를 때
한 가지 함정이 더 있습니다. 공식 산업분류가 회사의 실제 사업과 어긋나는 경우입니다. 매출 형태 때문에 ‘도매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질은 지주회사인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회사를 도매업 평균과 비교하면 의미 없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시된 사업 내용을 근거로 실질에 맞게 분류를 보정합니다. 과거에 사명의 일부 글자가 우연히 겹쳐 엉뚱한 업종으로 분류된 사례(항공우주 기업이 결제 업종으로 분류)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확 일치 방식으로 바꾸고 재발 방지 테스트를 넣어 두었습니다. 이런 정정 기록은 정정 안내에 공개합니다.
정리
- PER의 절대값이 아니라 같은 업종 안에서의 위치를 보세요.
- 은행·보험은 PBR, 사이클주는 예측 PER, 지주는 NAV, 적자 성장주는 매출·현금이 우선입니다.
- 공식 업종 분류가 실제 사업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부터 확인하세요.
- 중앙값은 시점마다 움직입니다. 외운 숫자가 아니라 지금 화면의 숫자와 비교하세요.
각 업종의 최신 중앙값은 업종별 PER 격차와 시장 스냅샷에서 볼 수 있고, 지표별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 용어 정의는 용어 사전에 있습니다. 종목별로 어떤 지표를 우선했는지는 종목 목록의 개별 페이지 맨 위 카드에 표시됩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출처
이 글의 수치는 금융위원회 주식시세정보·OpenDART·한국거래소 공개 데이터를 자체 전수 집계한 것입니다(계산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