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가 시가총액이 같습니다. 한 곳은 현금이 10조원 있고, 다른 곳은 빚이 10조원입니다. 두 회사의 몸값이 같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데 PER은 이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습니다.
EV — 회사를 통째로 살 때의 값
EV(기업가치) = 시가총액 + 순부채이고, 순부채 = 이자 붙는 빚 − 보유 현금입니다.
회사를 통째로 인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주식을 다 사려면 시가총액만큼 듭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 빚이 있으면 내가 갚아야 하고, 현금이 있으면 내 것이 됩니다. 그래서 빚은 더하고 현금은 뺍니다. 현금이 빚보다 많으면 순부채가 음수(순현금)가 되고, EV가 시가총액보다 작아집니다.
한국 상장사 47%가 순현금
저희가 계산해 보니 순부채를 산출할 수 있는 2,479종목 중 1,175종목(47%)이 순현금이었습니다. 절반 가까운 회사가 빚보다 현금이 많습니다.
| 종목 | 시가총액 | 순현금 | 순현금 / 시총 |
|---|---|---|---|
| LG화학 | 17조원 | 9.9조원 | 약 57% |
| 기아 | 47조원 | 11.7조원 | 약 25% |
| LG전자 | 24조원 | 7.5조원 | 약 31% |
LG화학은 시가총액 17조원인데 순현금이 9.9조원입니다. 회사를 통째로 사면 그중 약 57%가 현금으로 돌아오는 셈이라, 실제 사업에 지불하는 값은 시가총액보다 훨씬 작습니다. PER만 보면 이 부분이 전혀 안 보입니다.
EV/EBITDA와 EV/EBIT
- EBIT(영업이익) — 본업으로 번 이익
- EBITDA — 영업이익 + 감가상각비. 설비가 많은 회사는 회계상 감가상각비가 크게 잡혀 이익이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 나가는 현금은 아닙니다. 그걸 되돌려 현금 창출력에 가깝게 본 값입니다.
- EV/EBITDA = EV ÷ EBITDA — “회사를 통째로 사면 현금흐름 기준 몇 년치인가”에 가깝습니다.
EV/EBITDA가 유용한 상황은 분명합니다. 빚 규모가 크게 다른 회사들을 비교할 때, 그리고 설비투자가 많은 장치산업(통신·철강·조선·정유 등)에서입니다. 이런 업종은 감가상각비 때문에 PER이 실제 현금 창출력보다 나쁘게 보이기 쉽습니다.
FCF수익률 — 실제로 손에 쥐는 돈
회계상 이익과 실제 현금은 다릅니다. FCF(잉여현금흐름) = 영업활동 현금흐름 − 설비투자로, 회사가 사업을 유지하고도 남긴 진짜 여윳돈입니다.
FCF수익률 = FCF ÷ 시가총액은 “시가총액 대비 몇 %의 현금을 벌어들이는가”를 뜻합니다. 은행 예금 이자율과 비슷한 감각으로 읽을 수 있어 직관적입니다. 다만 설비투자 시기에 따라 해마다 크게 흔들리므로 한 해 값만 보면 안 됩니다.
주의할 점
- 금융업에는 쓰지 않습니다. 은행·보험은 예금·보험부채가 사업 그 자체라 ‘부채를 더한다’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런 업종에 EV 지표를 아예 표시하지 않습니다.
- 현금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쓸 곳을 못 찾아 쌓여 있는 현금일 수도 있습니다. 주주환원이나 투자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입니다.
- EBITDA는 만능이 아닙니다. 감가상각비를 빼고 보면 설비 교체 부담이 가려집니다. 설비투자가 계속 필요한 회사라면 FCF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각 종목의 EV·순부채·EV/EBIT·FCF수익률은 종목 페이지의 ‘기업가치(EV)’ 항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 5항에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