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장사의 37.8%인 994곳이 적자입니다. 이익이 마이너스면 PER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럴 때 쓰는 자 중 하나가 PSR입니다.

1. 정의

PSR(Price 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 = 시가총액 ÷ 매출입니다. 회사의 시장 가격이 1년 매출의 몇 배인지 봅니다. PSR 2배는 매출 1,000억인 회사의 시총이 2,000억이라는 뜻입니다.

매출은 적자여도 존재하고 회계 처리에 따른 변동이 이익보다 작아서, 이익이 아직 없거나 들쭉날쭉한 회사를 볼 때 그나마 안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2. 한국 시장의 PSR 분포

0.33배하위 25%
0.82배중앙값
2.23배상위 25%
6.57배상위 10%

PSR이 계산되는 2,507종목 기준입니다(2026-08 재집계). 중앙값이 1배를 밑돈다는 건 절반이 1년 매출보다 낮은 시가총액으로 거래된다는 뜻인데, 이는 시장이 싸다는 신호라기보다 마진이 얇은 제조·유통 기업이 많은 시장 구성의 결과입니다. 미국처럼 소프트웨어 비중이 큰 시장과 나란히 놓고 배수를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PSR이 실제로 필요한 자리도 분포로 드러납니다. 전체 2,653종목 가운데 이익이 없거나 적자여서 PER이 계산되지 않는 종목이 1,026곳입니다. 그중 PSR은 980곳, PBR은 1,003곳, EV/Sales는 958곳에서 계산됩니다. PER이 비는 자리가 시장의 4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대체 지표를 알아야 할 이유입니다.

3. 쓸모가 있는 상황

성장 초기 회사. 매출은 빠르게 느는데 투자 때문에 아직 적자인 경우, PER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PSR로는 시장이 매출에 얼마를 매기고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업황 바닥의 사이클 기업. 저점에서 이익이 사라지면 PER은 계산되지 않거나 치솟습니다. 매출은 이익만큼 급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PSR이 상대 비교에 쓰입니다.

같은 업종 안 비교. 마진 구조가 비슷한 회사들끼리라면 PSR 차이가 시장의 기대 차이를 어느 정도 보여 줍니다.

4. 위험한 이유

매출의 질을 못 봅니다. 마진 20%인 회사와 2%인 회사의 매출 1,000억은 가치가 전혀 다릅니다. PSR은 이 차이를 무시합니다. 한국 상장사 순이익률 중앙값이 2.3%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출만 보고 값을 매기는 것이 얼마나 거친지 알 수 있습니다.

빚을 못 봅니다. 시가총액만 쓰기 때문에 차입금이 많은 회사도 PSR은 낮게 나옵니다. 그래서 빚까지 반영한 EV/Sales(기업가치 ÷ 매출)를 쓰는 쪽이 더 정확합니다. 기업가치(EV)는 시가총액에 순부채를 더한 값이라,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때 드는 돈에 가깝습니다.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도 세어 봤습니다. PSR과 EV/Sales가 모두 계산되는 2,394종목 중 1,227곳에서 EV/Sales가 PSR보다 높았고, 625곳은 1.5배 이상 높았습니다. 빚을 넣고 보면 매출 대비 값이 훌쩍 뛰는 회사가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현대차(005380)는 PSR 0.47배지만 EV/Sales는 1.29배입니다. 다만 이 경우의 순부채에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하는 금융 자회사의 차입금이 함께 들어 있어, 제조업 잣대로 그대로 읽으면 실제보다 비싸 보입니다. EV 계열 지표는 금융 자회사를 낀 회사에서 크게 어긋납니다. 반대로 순현금인 삼성전자(005930)는 PSR 4.33배보다 EV/Sales가 3.64배로 오히려 낮습니다.

업종 간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유통업은 매출이 크고 마진이 얇아 PSR이 원래 낮고, 소프트웨어는 반대입니다. 업종별 중앙값을 세어 보면 자동차부품 0.2배(105곳), 소매·유통 0.4배(42곳), 도매 0.5배(112곳), 화학 0.8배(160곳), 제약·바이오 1.5배(175곳), 반도체 1.9배(70곳), 로봇 4.8배(23곳), 연구개발 21.2배(53곳)입니다. 같은 1배가 자동차부품에서는 비싼 축이고 연구개발에서는 아주 싼 축입니다. 개별로 보아도 이마트(139480) 0.08배와 셀트리온(068270) 10.82배가 한 시장 안에 함께 있습니다. PSR은 업종 안에서만 자로 쓸 수 있습니다.

5. 흔한 오해 세 가지

"PSR이 낮으면 싸다." 매출은 그 자체로 주주의 몫이 아닙니다. 한국 상장사의 순이익률 중앙값은 2%대이므로, 매출 100원이 주주에게 남기는 돈은 2원 남짓입니다. 마진이 회복될 근거가 없다면 낮은 PSR은 싼 것이 아니라 남는 게 없는 매출에 붙은 값일 수 있습니다. 반드시 순이익률과 함께 봐야 합니다.

"매출이 늘면 PSR이 내려간다." 분모가 커지는 만큼 주가가 오르면 배수는 그대로입니다. PSR이 실제로 내려가려면 매출 증가가 주가 상승보다 빨라야 합니다. 배수는 두 축이 같이 움직이는 값이라, 한쪽만 보고 방향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PSR은 적자 회사 전용이다." 흑자여도 쓰는 자리가 있습니다. 사이클 저점에서 이익이 일시적으로 눌린 회사는 PER이 치솟아 읽기 어려워지는데, 매출은 이익만큼 급감하지 않아 상대 비교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때도 지금 매출이 정상 수준인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6. 실제로 볼 때의 순서

① 매출이 실제로 늘고 있는지 3~5년 추이를 봅니다. PSR이 낮아도 매출이 줄고 있다면 분모가 계속 작아져 배수가 도로 올라갑니다.

② 마진이 개선되는 방향인지 봅니다. 매출총이익률이 오르고 있다면 언젠가 이익으로 전환될 근거가 됩니다.

③ 현금이 버티는지 봅니다. 적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수보다 남은 현금과 분기 소진 속도입니다.

저희는 종목의 세부 업종과 상태에 따라 먼저 볼 지표를 자동으로 바꿔 표시합니다. 적자이거나 매출 성장 단계인 회사에서는 이익 기반 지표 대신 매출·자산 기반 지표를 앞에 둡니다.

정리

빚까지 넣어 보는 배수는 EV/EBIT 편에, 용어 정의는 용어 사전에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출처

이 글의 수치는 금융위원회 주식시세정보·OpenDART·한국거래소 공개 데이터를 자체 전수 집계한 것입니다(계산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