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어떤 종목의 PER을 보는데 그 값이 작년 12월 실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면, 이미 여덟 달이 지난 숫자입니다. 그 사이 실적이 크게 바뀌었다면 PER은 현실과 동떨어집니다. 이 문제를 푸는 표준 방법이 TTM입니다.

1. TTM이란

TTM(Trailing Twelve Months)은 가장 최근 네 개 분기를 합친 1년치입니다. 지금이 2분기까지 나온 시점이라면, 작년 3·4분기와 올해 1·2분기를 더합니다.

공시 자료는 분기별 값이 아니라 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실무에서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TTM = 작년 연간 + 올해 누적 − 작년 같은 기간 누적

작년 연간에서 작년 상반기를 빼면 작년 하반기가 남고, 거기에 올해 상반기를 더하면 최근 1년이 됩니다. 이 사이트의 이익 지표(EPS·PER·ROE 등)는 이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2026년 1분기까지 공시가 나온 시점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2025년 연간 실적 + 2026년 1분기 − 2025년 1분기. 빼는 항이 있는 이유는 같은 기간을 두 번 세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2. 숫자로 보면 얼마나 차이가 나나

삼성전자(005930)를 예로 듭니다. 2026년 1분기까지 반영한 최근 12개월 순이익은 83.3조 원인데, 가장 최근에 확정된 연간 실적(2025 사업보고서)의 순이익은 44.3조 원입니다. 1.9배 차이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주가(2026-08-19 종가 247,500원)인데도 어느 이익을 쓰느냐에 따라 PER이 32.7배가 되기도 하고 60배를 넘기도 합니다. 저희 화면에 적힌 32.7배는 앞쪽, 즉 TTM 기준입니다.

SK하이닉스(000660)도 같은 방향입니다. TTM 순이익 75.2조에 대해 PER은 24.9배지만, 연간 확정치 42.9조로 계산하면 40배대로 올라갑니다.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는 국면에서는 연간 확정치만 보는 쪽이 회사를 실제보다 비싸게 보게 됩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기아(000270)는 TTM 순이익 7.0조로 최근 연간 확정치 7.6조보다 작습니다. 그래서 TTM 기준 PER 6.9배가 연간 기준으로 계산한 값보다 오히려 높게 나옵니다. TTM은 숫자를 좋아 보이게 만드는 계산이 아니라, 더 최근을 보는 계산입니다. 좋아지는 회사는 좋아진 대로, 나빠지는 회사는 나빠진 대로 먼저 반영됩니다.

3. 자산 항목은 다르게 다룬다

이익·매출처럼 기간 동안 쌓이는 값은 더해야 하지만, 자산·부채·자본처럼 특정 시점의 잔액은 더하면 안 됩니다. 자기자본은 가장 최근 분기말 잔액을 그대로 씁니다. 네 분기를 더하면 자본이 네 배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BPS·PBR·부채비율은 최근 분기말 기준, EPS·PER·ROE·순이익률은 최근 4개 분기 합계 기준이 됩니다. 한 페이지 안에서 두 기준이 섞여 있는 게 정상이고, 저희는 어떤 기준인지 화면에 적어 둡니다.

실제로 종목 페이지의 재무 항목 아래에는 "2026 1분기 기준 · 재무상태표는 분기말 확정 · 손익은 최근 12개월(TTM)" 같은 문구가 붙습니다. 한 화면 안에서 잔액은 분기말, 손익은 12개월 합계라는 뜻입니다. 유동비율이나 부채비율이 왜 분기말 잔액으로 계산되는지는 유동비율 편에서 계산 과정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엉뚱한 값이 나옵니다. 자기자본을 네 분기 더하면 자본이 네 배가 되어 ROE가 4분의 1로 줄고, 반대로 분기 이익 하나만 쓰면 PER이 네 배로 뛰어 보입니다. 흐름(기간)과 잔액(시점)을 섞지 않는 것이 재무 지표를 읽는 기본기입니다.

4. TTM이 놓치는 것

계절성. 4분기에 매출이 몰리는 업종은 특정 시점에 TTM이 유난히 좋거나 나빠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네 분기를 모두 포함하므로 분기 하나를 4배 하는 방식보다는 훨씬 안전합니다.

사이클. 최근 1년이 업황 고점이었다면 TTM 이익도 고점입니다. 이건 계산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익을 정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라, 사이클 업종에서는 여러 해 평균 이익을 함께 봅니다.

일회성. 최근 4개 분기 안에 큰 일회성 손익이 있으면 TTM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분기별 흐름을 보면 어느 분기가 튀었는지 드러납니다.

5. 다른 사이트와 숫자가 다를 때

같은 종목의 PER이 사이트마다 다른 가장 흔한 이유가 기준 기간입니다. 한쪽은 연간 확정, 다른 쪽은 TTM, 또 다른 쪽은 올해 예상 이익을 씁니다. 셋 다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비교할 때는 먼저 기준을 맞춰야 합니다. 저희는 각 지표 옆에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표시하고, 자세한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에 적어 두었습니다.

6. 세 번째 기준 — 아직 오지 않은 이익

확정 실적과 TTM 말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올해 예상 이익으로 계산하는 예측 PER입니다. 저희가 심층분석을 붙인 종목 가운데 예측 PER과 확정 PER이 모두 있는 443종목에서, 예측 PER은 확정 PER보다 중앙값 22.2% 낮았고 83.1%가 낮아지는 방향이었습니다(2026-08 집계). 앞에서 본 삼성전자도 TTM 기준 32.7배 옆에 예측 기준 6.8배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세 숫자는 서로 다른 시점을 봅니다. 확정 실적은 지나간 회계연도, TTM은 최근 1년, 예측은 아직 오지 않은 1년입니다. 예측에는 가정이 들어가므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숫자이고, 그래서 저희는 어떤 근거로 잡았는지를 함께 적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예측 PER과 예측과 확정의 간극에 있습니다.

셋 중 무엇이 옳으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보고 있는 숫자가 셋 중 어느 것인지는 반드시 알고 봐야 합니다. 같은 회사에 32.7배와 60배와 6.8배가 동시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정리

용어는 용어 사전에서, 각 지표의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출처

이 글의 수치는 금융위원회 주식시세정보·OpenDART·한국거래소 공개 데이터를 자체 전수 집계한 것입니다(계산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