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은 싸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싼지, 어떤 업종이 싼지를 숫자로 확인해 본 적은 드뭅니다. 그래서 한국 상장 2,653종목 전부의 지표를 직접 계산해 분포를 그려 봤습니다. 아래 숫자는 금융위원회 시세 정보와 전자공시(DART) 재무제표만으로 산출했으며,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에 공개돼 있습니다.

1. 전체 분포 — 절반 이상이 장부가보다 싸다 2026-07 전수 집계 기준

13.0배PER 중앙값
0.86배PBR 중앙값
56%PBR 1배 미만
39%PER 10배 미만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PBR 중앙값 0.86배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가 회사 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데, 1배 미만이면 회사가 가진 자산의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싸다는 뜻입니다. 집계 가능한 2,616종목 중 1,464종목(56.0%)이 여기 해당했습니다(2026-07 집계 기준 — 최신 분포는 시장 스냅샷에서 매 거래일 갱신).

이론적으로 PBR 1배 미만은 “회사를 지금 청산해 자산을 팔면 주가보다 많이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장부가가 실제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오래된 공장, 팔기 어려운 자산), 이익을 제대로 못 내는 회사라면 자산이 있어도 시장이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싸 보이는 것과 싼 것은 다릅니다. 다만 이런 종목이 절반을 크게 넘는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특징입니다.

PER 중앙값 13.0배는 흑자 기업 1,627종목만 계산한 값입니다. 적자 기업은 PER이 성립하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2. 업종별 격차 — PER 중앙값이 4배 가까이 벌어진다

전체 중앙값보다 중요한 건 업종 간 격차입니다. 표본 12종목 이상인 34개 업종을 추려 중앙값을 계산했습니다.

업종PER 중앙값PBR 중앙값표본
건설6.2배0.53배25
자동차부품6.2배0.47배76
지주8.2배0.58배48
의복7.1배0.37배18
증권9.3배0.50배22
식료품8.9배0.53배46
인터넷·플랫폼16.4배1.09배12
의료·정밀·광학기기21.4배1.12배53
반도체27.7배1.92배28

건설 6.2배와 반도체 27.7배는 4배 넘는 차이입니다. 반도체 종목이 PER 20배라면 업종 중앙값보다 싼 편이지만, 같은 20배가 건설사라면 업종 중앙값의 3배가 넘습니다입니다. 같은 숫자가 정반대로 읽힙니다. 종목마다 업종에 맞는 지표를 따로 봐야 하는 이유는 업종마다 봐야 할 지표가 다른 이유에서 다룹니다.

주의: 부동산(54.3배)·증권·금융지원(60.9배)처럼 중앙값이 극단적으로 높게 나온 업종도 있었습니다. “비싸다”기보다 업황 부진으로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익이 작아지면 PER은 자동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3. 빚보다 현금이 많은 회사가 절반 가까이

순부채(이자 붙는 빚 − 보유 현금)를 계산할 수 있는 2,479종목 중 1,175종목(47%)이 순현금이었습니다.

종목순현금시가총액
삼성전자32.6조원1,347.6조원
SK하이닉스12.4조원1,092.1조원
기아11.7조원52.2조원
LG화학9.9조원18.4조원
LG전자7.5조원28.5조원

눈여겨볼 건 순현금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LG화학은 시가총액 18.4조원인데 순현금이 9.9조원입니다. 회사를 통째로 사면 그 안에 든 현금만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는 셈입니다.

그래서 시가총액만 보면 안 되고 EV(기업가치 = 시가총액 + 순부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자세한 건 EV/EBITDA는 PER과 뭐가 다른가에서 설명합니다.

이 글의 모든 수치는 2026-08-06 종가와 공시된 최신 재무제표로 직접 계산한 것입니다. 같은 데이터는 각 종목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4.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본 종목이 83.3%

실적 PER(작년 확정)과 예측 PER(올해 예상)이 둘 다 있는 443종목 중 369종목(83.3%)에서 예측 PER이 더 낮았습니다.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늘 것으로 봤다는 뜻입니다.

격차가 큰 사례를 보면 실적 PER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신세계는 실적 PER 289.7배인데 예측 PER은 11.8배, 효성티앤씨는 138.3배 → 7.7배, S-Oil은 79.5배 → 7.4배였습니다. 작년 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었던 기업들입니다.

이런 종목을 “PER 290배, 극도로 비싸다”고 읽으면 완전히 잘못 보게 됩니다. 이익이 변곡점에 있는 기업에서는 과거 이익이 아니라 올해 이익이 기준이어야 합니다. 산출 방법은 예측 PER 완전 가이드에 정리했습니다.

예측 PER은 저희가 공개 자료로 직접 추정한 미검증 값입니다. 실제 실적은 다를 수 있으며, 이익 변동이 큰 기업일수록 오차가 큽니다.

5. 상위 10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의 56%

56.0%상위 10종목
76.4%상위 50종목
84.7%상위 100종목

전체 시가총액 약 5,470.7조원 가운데 상위 10종목이 56.0%를 차지합니다. 종목 수로는 0.4%가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인 셈입니다. 상위 100종목까지 넓혀도 85%로, 나머지 2,553종목이 전체의 15%를 나눠 갖습니다.

이 집중도는 지수를 볼 때 중요합니다. 코스피가 올랐다고 내가 가진 중소형주가 올랐다는 뜻이 아니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수는 사실상 소수 대형주의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6. 중앙값만 보면 놓치는 것 — 꼬리가 길다

중앙값 하나로 시장을 요약하면 분포의 모양이 사라집니다. 같은 집계에서 사분위와 양끝을 보면 한국 증시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가 드러납니다(2026-08 집계 기준).

지표하위 10%1사분위중앙값3사분위상위 10%
PER4.66배7.49배13.47배32.18배79.14배
PBR0.31배0.48배0.88배1.79배4.35배
부채비율15.1%30.4%69.7%143.2%267.6%
ROE−33.1%−7.4%2.7%8.6%15.1%

가장 눈에 띄는 줄은 ROE입니다. 1사분위가 −7.4%라는 것은 상장사의 4분의 1이 자기자본을 까먹는 중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ROE가 마이너스인 종목이 37.8%였습니다. 반대로 ROE 15%를 넘는 종목은 10.2%뿐입니다. 앞서 본 “PBR 1배 미만 절반 이상”은 이 ROE 분포의 그림자에 가깝습니다.

PER도 1사분위 7.49배와 3사분위 32.18배 사이가 네 배 넘게 벌어집니다. “한국 주식 PER 13배”라는 한 줄로는 이 폭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부채비율도 하위 10%가 15.1%인데 상위 10%는 267.6%로, 같은 시장 안에 재무 구조가 전혀 다른 회사들이 섞여 있습니다. 부채비율 200%를 넘는 종목이 15.5%, 50% 미만인 종목이 39.1%였습니다.

7. 배당 — 지급하는 곳은 많고, 두터운 곳은 적다

배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1,278종목 중 1,270종목(99.4%)이 실제로 배당을 지급했습니다. 다만 배당수익률 중앙값은 2.67%이고, 3%를 넘는 곳이 575종목, 5%를 넘는 곳이 245종목, 7%를 넘는 곳은 94종목이었습니다(2026-08 집계 기준).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은 주가가 내려도 올라갑니다. 분모가 주가이기 때문입니다. 7%를 넘는 94종목 중에는 배당을 늘린 곳도 있지만, 주가가 크게 빠져 수익률이 저절로 올라간 곳도 섞여 있습니다. 배당이 유지될 수 있는지는 이익 대비 배당 비율(배당성향)과 현금흐름을 함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 함정은 고배당의 함정에서 따로 다룹니다.

8. 코스피와 코스닥은 다른 시장이다

시장종목 수PER 중앙값PBR 중앙값PBR 1배 미만
코스피83112.0배0.59배70.4%
코스닥1,77013.7배0.97배51.3%

2026-08-19 종가로 다시 계산한 값입니다. 코스피는 10종목 중 7종목이 장부가 아래인데 코스닥은 절반 수준입니다. 앞에서 본 “PBR 1배 미만 절반 이상”은 사실상 코스피 쪽 이야기였던 셈입니다. 두 시장은 담긴 업종 구성 자체가 달라, 하나의 평균으로 묶으면 양쪽 모두를 잘못 설명하게 됩니다. 더 자세한 비교는 코스피와 코스닥은 무엇이 다른가에 있습니다.

종목 크기의 분포도 극단적입니다. 2,653종목의 시가총액 중앙값은 약 1,008억원이고, 시가총액 하위 절반을 전부 합쳐도 전체의 1.1%에 그칩니다. “한국 증시”라고 부르는 대상의 대부분은 지수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작은 회사들입니다.

9. 이 지도의 한계

2,653종목 중 1,201종목(45.3%)에는 공시 원문을 확인한 심층 분석이 붙어 있습니다. 분포에서 눈에 띈 종목이 있다면 그 페이지에서 “왜 그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 용어 정의는 용어 사전에 있습니다.

정리

각 종목의 실제 지표는 종목 목록에서 업종·밸류·시장별로 걸러 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출처

이 글의 수치는 금융위원회 주식시세정보·OpenDART·한국거래소 공개 데이터를 자체 전수 집계한 것입니다(계산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