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은 싸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싼지, 어떤 업종이 싼지를 숫자로 확인해 본 적은 드뭅니다. 그래서 한국 상장 2,653종목 전부의 지표를 직접 계산해 분포를 그려 봤습니다. 아래 숫자는 금융위원회 시세 정보와 전자공시(DART) 재무제표만으로 산출했으며, 계산식은 분석 방법론에 공개돼 있습니다.

1. 전체 분포 — 절반 이상이 장부가보다 싸다

11.3배PER 중앙값
0.75배PBR 중앙값
61%PBR 1배 미만
44%PER 10배 미만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PBR 중앙값 0.75배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가 회사 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데, 1배 미만이면 회사가 가진 자산의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싸다는 뜻입니다. 집계 가능한 2,599종목 중 1,590종목(61%)이 여기 해당했습니다.

이론적으로 PBR 1배 미만은 “회사를 지금 청산해 자산을 팔면 주가보다 많이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장부가가 실제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오래된 공장, 팔기 어려운 자산), 이익을 제대로 못 내는 회사라면 자산이 있어도 시장이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싸 보이는 것과 싼 것은 다릅니다. 다만 이런 종목이 6할을 넘는다는 사실 자체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특징입니다.

PER 중앙값 11.3배는 흑자 기업 1,596종목만 계산한 값입니다. 적자 기업은 PER이 성립하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2. 업종별 격차 — PER 중앙값이 4배 가까이 벌어진다

전체 중앙값보다 중요한 건 업종 간 격차입니다. 표본 12종목 이상인 33개 업종을 추려 중앙값을 계산했습니다.

업종PER 중앙값PBR 중앙값표본
건설5.6배0.40배24
자동차부품5.7배0.43배76
지주6.9배0.51배44
의복7.5배0.33배18
증권8.0배0.45배22
식료품8.2배0.49배46
인터넷·플랫폼15.0배1.00배12
의료·정밀·광학기기18.6배0.94배53
반도체21.8배1.55배28

건설 5.6배와 반도체 21.8배는 4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반도체 종목이 PER 15배라면 업종 중앙값보다 싼 편이지만, 같은 15배가 건설사라면 업종 중앙값의 약 3배입니다. 같은 숫자가 정반대로 읽힙니다. 종목마다 업종에 맞는 지표를 따로 봐야 하는 이유는 업종마다 봐야 할 지표가 다른 이유에서 다룹니다.

주의: 부동산(54.1배)·증권·금융지원(59.5배)처럼 중앙값이 극단적으로 높게 나온 업종도 있었습니다. “비싸다”기보다 업황 부진으로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익이 작아지면 PER은 자동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3. 빚보다 현금이 많은 회사가 절반 가까이

순부채(이자 붙는 빚 − 보유 현금)를 계산할 수 있는 2,479종목 중 1,175종목(47%)이 순현금이었습니다.

종목순현금시가총액
삼성전자32.6조원1,210조원
SK하이닉스12.4조원966조원
기아11.7조원47조원
LG화학9.9조원17조원
LG전자7.5조원24조원

눈여겨볼 건 순현금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LG화학은 시가총액 17조원인데 순현금이 9.9조원입니다. 회사를 통째로 사면 그 안에 든 현금만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는 셈입니다.

그래서 시가총액만 보면 안 되고 EV(기업가치 = 시가총액 + 순부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자세한 건 EV/EBITDA는 PER과 뭐가 다른가에서 설명합니다.

이 글의 모든 수치는 2026-07-30 종가와 공시된 최신 재무제표로 직접 계산한 것입니다. 같은 데이터는 각 종목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4.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본 종목이 77%

실적 PER(작년 확정)과 예측 PER(올해 예상)이 둘 다 있는 438종목 중 339종목(77%)에서 예측 PER이 더 낮았습니다.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늘 것으로 봤다는 뜻입니다.

격차가 큰 사례를 보면 실적 PER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실적 PER 455배인데 예측 PER은 19.1배, 신세계는 268배 → 15.2배, S-Oil은 82.8배 → 8.4배였습니다. 작년 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었던 기업들입니다.

이런 종목을 “PER 455배, 극도로 비싸다”고 읽으면 완전히 잘못 보게 됩니다. 이익이 변곡점에 있는 기업에서는 과거 이익이 아니라 올해 이익이 기준이어야 합니다. 산출 방법은 예측 PER 완전 가이드에 정리했습니다.

예측 PER은 저희가 공개 자료로 직접 추정한 미검증 값입니다. 실제 실적은 다를 수 있으며, 이익 변동이 큰 기업일수록 오차가 큽니다.

5. 상위 10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의 56%

56.4%상위 10종목
76.9%상위 50종목
85.2%상위 100종목

전체 시가총액 약 4,829조원 가운데 상위 10종목이 56.4%를 차지합니다. 종목 수로는 0.4%가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인 셈입니다. 상위 100종목까지 넓혀도 85%로, 나머지 2,553종목이 전체의 15%를 나눠 갖습니다.

이 집중도는 지수를 볼 때 중요합니다. 코스피가 올랐다고 내가 가진 중소형주가 올랐다는 뜻이 아니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수는 사실상 소수 대형주의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정리

각 종목의 실제 지표는 종목 목록에서 업종·밸류·시장별로 걸러 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