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장사 2,627종목 가운데 37.8%인 994곳이 적자입니다. 세 곳 중 한 곳이 넘습니다. 그런데 '적자'라는 한 단어에 아주 다른 상황들이 묶여 있습니다.
1. 업종별 적자 종목 수
| 업종 | 적자 종목 | 업종 전체 |
|---|---|---|
| 제약·바이오 | 83곳 | 181곳 |
| 기계·장비 | 82곳 | 183곳 |
| 게임·소프트웨어 | 77곳 | 157곳 |
| 연구개발 | 59곳 | 67곳 |
| 화학 | 49곳 | 163곳 |
| 의료·정밀·광학기기 | 45곳 | 102곳 |
| 반도체 | 42곳 | 70곳 |
절대 수만 보면 제약·바이오가 가장 많지만, 업종 규모를 함께 봐야 합니다. 기계·장비는 183곳 중 82곳(45%)이고, 연구개발은 67곳 중 59곳으로 88%가 적자입니다. 비율로는 연구개발이 압도적입니다.
2. 비율로 다시 세운 순서
같은 데이터를 비율로 정렬하면 순서가 크게 바뀝니다. 아래는 소속 종목이 25곳 이상인 업종만 추려 적자 비율 순으로 놓은 것입니다.
| 업종 | 적자 / 전체 | 비율 |
|---|---|---|
| 연구개발 | 59 / 67 | 88% |
| 영상·미디어 | 24 / 31 | 77% |
| 로봇 | 15 / 25 | 60% |
| 반도체 | 42 / 70 | 60% |
| 게임·소프트웨어 | 77 / 157 | 49% |
| 부동산(리츠 중심) | 4 / 27 | 15% |
| 은행·금융 | 8 / 39 | 21% |
| 지주 | 14 / 64 | 22% |
가장 낮은 쪽이 부동산(15%)인 것은 앞서 본 대로 이 업종이 리츠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임대료라는 예측 가능한 수입 구조라 이익이 마이너스로 가는 일이 드뭅니다. 반대로 연구개발·영상·미디어처럼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비용이 먼저 나가는 업종은 적자가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같은 '적자 업종'이라도 그 뜻이 정반대입니다.
3. 성격이 다른 세 종류의 적자
① 아직 매출이 없는 단계.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술을 만드는 연구개발 회사는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비용만 씁니다. 이건 사업 모델상 예정된 적자입니다. 이런 회사에서 볼 것은 이익이 아니라 현금이 얼마나 남았고 몇 분기를 버틸 수 있는가(런웨이)입니다.
② 업황이 바닥인 경우. 화학·반도체·기계처럼 사이클을 타는 업종은 저점에서 업종 전체가 함께 적자로 갑니다. 반도체 70곳 중 42곳이 적자라는 숫자가 그 예입니다. 이 경우엔 회사의 실력보다 사이클 위치를 먼저 봐야 합니다.
③ 구조적으로 돈을 못 버는 경우. 몇 년째 매출도 안 늘고 적자가 이어진다면 사이클도 개발 단계도 아닙니다. 이 구분은 3~5년 매출·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대체로 갈립니다. 유형별로 어떤 신호를 봐야 하는지는 적자에도 종류가 있다에 정리했습니다.
4. 적자의 깊이 — '적자'라는 한 단어의 폭
적자 994곳을 ROE 순으로 줄 세워 십분위를 재 보면(2026-08 하순 재집계), 분포가 이렇습니다.
- 가장 깊은 10% — ROE −81.6%보다 나쁜 구간
- 25% 지점 — 약 −29%
- 중앙값 — 약 −13.9%
- 75% 지점 — 약 −6%
- 가장 얕은 10% — −1.4% 이내
절반은 ROE −14% 이내의 얕은 적자이고, 아래쪽 10%는 자기자본의 80% 이상을 한 해에 까먹은 상태입니다. 화면에는 둘 다 '적자'로만 표시되지만 회사의 상태는 전혀 다릅니다. 적자 종목을 볼 때 첫 질문이 "왜 적자인가"여야 하는 이유이고, 두 번째 질문은 "얼마나 깊은가"여야 합니다.
5. 규모와 시장에 따라 달라지는 적자 비율
적자는 업종에만 몰려 있는 게 아니라 규모에도 몰려 있습니다. 재집계 기준 시가총액 구간별 적자 비율은 이렇습니다.
| 시총 구간 | 종목 수 | 적자 비율 |
|---|---|---|
| 1조원 이상 | 300곳 | 16.7% |
| 3천억~1조원 | 355곳 | 27.0% |
| 1천억~3천억원 | 657곳 | 30.6% |
| 1천억원 미만 | 1,341곳 | 48.2% |
시장으로 나눠도 같은 방향입니다. 코스피 834곳의 적자 비율은 25%, 코스닥 1,819곳은 43%였습니다. 코스닥에 성장 초기 회사가 많이 상장돼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드러나는 것이지, 코스닥 회사가 경영을 못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장별 성격 차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은 무엇이 다른가를 참고하세요.
6. 적자 회사에서 PER은 쓸 수 없다
이익이 마이너스면 PER은 계산되지 않거나 음수가 나옵니다. 그래서 적자 종목이 많은 업종에서는 PER 중앙값이 흑자 종목만 모아 만든 숫자가 됩니다. 반도체 PER 중앙값 26.8배는 적자인 42곳을 뺀 나머지로 계산된 값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면 "반도체는 다 비싸다"는 잘못된 결론에 이릅니다.
로봇 업종은 더 극단적입니다. 재집계에서 25곳 중 PER이 실제로 계산되는 곳은 8곳뿐이었습니다. 나머지 17곳은 적자이거나 이익이 0에 가까워 배수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8곳으로 계산한 중앙값 52.0배를 '로봇 업종의 밸류에이션'이라고 부르면 업종의 3분의 2를 빼놓고 말하는 셈이 됩니다. 업종 배수의 이런 성질은 업종별 PER 중앙값 6.2배에서 60.9배까지에서 더 다룹니다.
대안으로 쓰는 지표가 있습니다. 매출은 나오는데 이익이 아직 없다면 PSR(주가매출비율)이나 EV/Sales, 자산이 사업의 본체라면 PBR, 감가상각이 큰 장치 산업이라면 EV/EBITDA를 봅니다. 저희는 종목의 세부 업종과 상태(적자·성장 단계 여부)에 따라 먼저 볼 지표를 바꿔 표시합니다. 언제 PSR을 쓰는지는 PSR은 언제 쓰나에 정리돼 있습니다.
7. 적자 종목을 볼 때 확인 순서
① 현금과 차입. 현금성 자산이 얼마이고 분기당 얼마씩 쓰는지 보면 버틸 기간이 나옵니다. 현금 300억원인 회사가 분기당 40억원을 쓰면 단순 계산으로 7~8분기입니다. 여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있으면 그만큼 짧아집니다.
② 적자의 원인. 영업에서 난 적자인지, 일회성 손실(자산 손상·소송)인지 손익계산서에서 갈립니다.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순이익만 적자라면 영업 밖에서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③ 자본 조달 이력. 유상증자·전환사채가 반복되면 주식 수가 계속 늘어 기존 주주 몫이 옅어집니다. 같은 회사가 같은 이익을 내도 주식 수가 늘면 주당 몫은 줄어듭니다.
④ 유동성 지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의 비율을 보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을 당장 쓸 수 있는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대략 보입니다. 개념은 유동비율은 무엇을 알려 주나에 있고, 원문 확인 방법은 DART 공시 읽는 법에 있습니다.
정리
- 2,627종목 중 994곳(37.8%)이 적자입니다.
- 절대 수는 제약·바이오(83곳)가 많지만 비율은 연구개발(67곳 중 59곳, 88%)이 가장 높습니다.
- 적자의 깊이도 제각각입니다 — 중앙값은 ROE −13.9%, 아래쪽 10%는 −81.6%보다 나쁩니다.
- 시총 1조원 이상은 16.7%, 1천억원 미만은 48.2%가 적자로 규모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 개발 단계·사이클 바닥·구조적 부진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 적자 종목에는 PER 대신 PSR·EV/Sales·PBR 등 다른 자를 씁니다.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정리한 정보 제공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나 투자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종목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공시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본인 책임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출처
이 글의 수치는 금융위원회 주식시세정보·OpenDART·한국거래소 공개 데이터를 자체 전수 집계한 것입니다(계산식 공개).